“커피 많이 마실수록 체지방·근육량뿐만 아니라 ‘성호르몬 농도’도 달라진다”

-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이 가져오는 생리학적 연구의 새로운 지평

[IT News] 전 세계 수백만 명이 매일 아침을 깨우며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에 놀라운 건강상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밝혀졌다. 

핀란드 오울루 대학교(University of Oulu) 연구팀이 진행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커피를 습관적으로 자주 마시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체지방이 적고 골격근량이 더 풍부할 뿐만 아니라, 대사 지표와 성호르몬 농도에서도 독특한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학계와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체계적인 분석을 거쳐 과학 학술지인 <유럽 영양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Nutrition)>에 (논문명: Associations of habitual coffee intake with testosterone and cardiometabolic markers: the Northern Finland birth cohort 1966 study) 2026년 7월 16일 자로 게재되었으며, Springer Nature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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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량지수(BMI가) 같아도 ‘체지방·근육량’에서 뚜렷한 차이 나타나

그동안 커피의 섭취가 제2형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등 다양한 건강상 이점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어떠한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발현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이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연구팀은 핀란드 북부 출생 코호트(Northern Finland birth cohort) 연구 데이터를 활용하여, 핀란드에 거주하는 46세 피험자 2,264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분석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이들의 평소 커피 음용 습관을 비롯해 신체 측정 데이터, 혈중 대사물질, 성호르몬 혈중 농도 등을 정밀하게 들여다보았다. 그 결과, 신장과 체중을 기반으로 산출한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가 서로 비슷한 수준이라 할지라도, 커피를 더 많이 섭취하는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총체지방량과 내장지방량이 유의미하게 적은 반면, 골격근량은 더 많은 경향을 뚜렷하게 보였다.

핵심 열쇠인 ‘BCAA(분기쇄 아미노산)’와 대사 메커니즘

연구팀은 이러한 신체 구성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주요 생화학적 연결 고리로 ‘분기쇄 아미노산(BCAA, Branched-Chain Amino Acids)’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남녀 모두 커피 섭취량이 많을수록 혈중 BCAA 농도가 낮아지는 명확한 역상관관계가 확인되었다. 

BCAA는 인체에 필수적인 아미노산이지만, 그 혈중 농도가 만성적으로 지나치게 높을 경우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며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지방간 질환, 나아가 고혈압 위험까지 높이는 강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남녀 모두에게서 커피 섭취량과 혈중 BCAA 농도 사이에 역상관관계가 관찰된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BCAA는 중요한 대사 경로에 관여하지만, 만성적인 고농도 상태는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 질환 위험을 높이는데 커피가 이를 조절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성호르몬에 미치는 영향과 남녀 간의 차이점

커피 섭취로 인한 변화는 대사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성호르몬 프로파일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성별에 따른 흥미로운 차이점이 관찰되었다. 남성의 경우, 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포도당(글루코스)과 인슐린 대사가 한층 양호해졌으며, 총 테스토스테론 농도 및 활용 가능한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증가했다. 

또한 혈중에서 성호르몬을 운반하는 핵심 단백질인 ‘성호르몬 결합 글로불린(SHBG, Sex Hormone-Binding Globulin)’의 농도도 함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유리 테스토스테론(Free Testosterone)과 '유리 안드로겐 지수(Free Androgen Index, FAI)는 소폭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서는 커피 섭취와 성호르몬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 역시 성호르몬 결합 글로불린의 농도가 상승하고 유리 안드로겐이 감소하는 등의 변화가 관찰되어, 커피가 호르몬 균형에 일정 부분 작용함을 뒷받침했다.

용어설명:
여기서 '유리(遊離)'라는 단어는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있지 않고 자유롭게 풀려 있다는 뜻이다. 영어의 free를 번역한 표현으로, '자유 테스토스테론' 또는 '유리형 테스토스테론'이라고도 부른다.

유리 테스토스테론은 우리 몸의 혈액 속 테스토스테론 대부분은 '성호르몬 결합 글로불린(SHBG)'이나 '알부민' 같은 운반 단백질에 꽉 붙잡혀 있다. 이 단백질에 붙어 있는 호르몬은 당장 활성화되지 못하고 보관 상태로 유지된다. 반면, 단백질에 붙지 않고 자유롭게 풀려 있는 '유리 테스토스테론'은 조직으로 곧바로 들어가 신체에 즉각적인 생물학적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형 호르몬이다.

유리 안드로겐 지수는 총 테스토스테론 양이 많더라도 이를 붙잡아 두는 운반 단백질(SHBG)이 너무 많으면 몸이 실제로 쓸 수 있는 호르몬 양은 줄어든다. FAI는 이 비율을 계산하여 "몸이 쓸 수 있는 안드로겐의 가용성이 얼마나 되는가"를 한눈에 보여준다.

"커피와 대사·호르몬의 관계, 이제야 빙산의 일각을 드러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이자 오울루 대학교의 박사후연구원인 루카 베로에스트(Luca Verroest) 박사는 연구의 의의를 ”커피는 매일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소비하는 가장 대중적인 음료 중 하나이지만, 이 음료가 우리의 대사 시스템과 호르몬 환경에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BMI나 평소의 생활 습관 등 혼란 변수를 충분히 고려한 뒤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명확한 호르몬 특성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며, 이들 연관성 중 일부는 남녀 간에 서로 판이한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최종 결론을 통해 습관적으로 커피를 다량 섭취하는 그룹은 전반적으로 더 슬림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었고, 남녀 공히 혈중 BCAA 농도와 부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고 매듭지었다. 

특히 남성의 경우 대사와 밀접하게 연관된 독특한 성별 특이적 호르몬 프로파일과 독립적인 연관성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규모 연구는 매일 마시는 향긋한 커피 한 잔이 단순한 기분 전환용 음료를 넘어, 우리 몸속의 대사 경로와 호르몬 균형, 그리고 체지방과 근육량 관리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준 소중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들풀 기자 i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