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잠 깨우는 불청객, 하지불안증후군

▲김학동 한의원장
20대의 젊은 남자가 양측 장단지의 통증으로 내원하였다. 그는 몇십만 평이상 되는 꽤나 넓은 공장을 하루 종일 돌아다녀야 하는 의욕 넘치는 젊은 신입사원이었다. 

무거운 안전화를 신고 하루 몇 만보 이상을 걷다보니 자연스레 장단지가 아프기 시작하였고 요즘은 밤에 잠을 자기가 힘들 정도로 뻐근한 통증을 느낀다고 호소하였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항상 다리 밑에 베개를 받치고 자고 있으며 통증 때문에 자다가 뾰족한 침대 모서리에 다리를 올려 두거나 다른 다리로 장단지를 툭툭 치면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자다가 몸부림을 치면서 다리에 힘이라도 살짝 들어가면 갑작스럽게 쥐가 내리면서 극렬한 통증 때문에 입에서 비명소리가 날 정도로 괴롭다고 호소하였다. 진찰을 위해 이 분의 장단지를 살짝 눌러보니 아프다고 비명을 지른다. 근육을 촉지하여도 보통의 물렁거림보다는 돌처럼 굳은 단단함이 느껴졌다. 

이런 증상에 대해 서양의학에서는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병명을 붙였다. 주로 장시간 앉아 있거나 서서 일하는 사람, 장거리 보행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제안된 다음의 4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이 병명으로 진단 내릴 수 있다고 한다. 

  • 첫째,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강한 충동. 
  • 둘째, 움직이지 않을 때 증상이 더 심해짐. 
  • 셋째, 움직임으로써 완화되는 증상. 
  • 넷째, 저녁이나 밤에 시작되거나 더 나빠짐. 

▲김학동 한의원 제공

이 증상은 장단지쪽의 해부학적 모양과 많은 연관성이 있는데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장단지는 제일 안쪽의 발가락을 굴곡 시키는 근육들, 중간층의 가자미근, 바깥쪽의 비복근으로 3겹의 층을 이루고 있다. 3개의 층으로 되어 있는 구조는 각각의 근육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 쉽게 압박받을 수가 있으며, 한 층의 근육에 과도하게 혈류가 정체되고 체액이 쌓이게 되면 당연히 다른 층의 순환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 구조이다.    증상이 없는 정상인의 경우 운동 등으로 장단지 근육에 공급된 혈류는 휴식과 동시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저류가 생기지 않으니 하지불안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속적이고 과도한 장단지 근육의 과잉사용은 이러한 정상기전을 방해하여 피로를 야기하게 된다. 즉, 근육에 공급된 증가된 혈류와 체액이 휴식 수면 시에 오히려 신진대사가 더욱 느려지면서 혈액과 체액저류가 더욱 심화되어 버리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초기에는 다리를 떤다거나 다리를 높은 곳에 올려놓는다거나 하면 덜해지나 심한 경우는 하지부종, 쥐내림, 수면장애, 하지정맥류, 하지피부질환 등의 하지 혈액순환장애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치료는 하지부의 혈액이 순환되도록 하면서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 방법을 쓴다. 장단지부위의 딱딱하거나 압통이 느껴지는 부위에 침도(針刀)나 침(針)으로 자극을 해주면서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 작약감초탕 계열의 한약을 투여하면 하지 혈액 순환이 개선되면서 다리가 한결 가벼워지고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이 환자분도 이와 같은 한방치료로 치료 첫날밤 아주 편안하게 단잠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은 과도한 움직임을 줄여주어야만 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월급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여서 다리가 조금 뻐근하다 싶은 느낌이 들 때 미리미리 예방치료를 해 두시라고 말씀 드리고 몇 번의 치료를 더한 후 진료를 종결하였다.

김학동 대한연부조직한의학회 / 김학동 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