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근, ‘대한민국 대전환 100년의 조건’을 말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처음’의 충격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특히 미국의 ‘중심주의 세계관’이 크게 훼손됐다.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9·11 테러와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 대응 역시 한계를 드러냈다.

미국발 금융위기(2007~2008년)와 유로존 위기(2010년)로 미국 자본주의 기반과 유럽통합 꿈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났다. 최고라고 자랑했던 미국 금융시스템의 파산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까지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또 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구온난화와 호주 산불사태. 기후위기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지구촌은 대재앙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처럼 20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대사건’ 혹은 ‘새로운 처음’이라 부를 만한 엄청난 사건들의 세기적 변화의 본질이 무엇이고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경제학 가정교사’로 불리는 최배근 교수(건국대학교 경제학과)는 신간 ‘최배근 대한민국 대전환 100년의 조건’(월요일의꿈 펴냄)에서 경제학적 엄밀함과 인문학적 통찰을 담아 ‘대한민국 대전환론’을 풀어냈다.

저자는 이러한 ‘대사건’들을 지난 수백 년간 인류의 상식을 깨는 ‘새로운 처음’ 현상으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블랙스완, 롱테일 같은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때 미국 경제대통령으로 불렸던 그린스펀 전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금융위기가 발발한 후 청문회에 출석해 “지난 수십 년간 지배해온 현대 리스크관리 패러다임을 떠받치는 전체 지적 체계가 붕괴”했다고 고백했다. 지금까지 축적해온 지적 체계에 기초해 판단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에 충격을 가하는 ‘새로운 처음’으로 가장 먼저 ‘제조업의 위기’를 꼽는다. 그로인해 한 세대 동안 진행하면서 산업 생태계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경제 생태계로 전환은 20년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수많은 청년이 길을 잃어 ‘미래성장동력’ 만들기나 ‘혁신성장’ 등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저자는 ‘새로운 처음’의 위기를 해결할 청사진으로 ▲인공지능(AI)과 공존, ▲자연 생태계의 균형 복원, ▲남북 간 연결과 통합 문제를 푸는 게 해법이라고 말한다.

AI가 인간과 공존한다는 것은 데이터경제의 도래를 의미하고 이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일자리와 소득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회로 대전환을 의미한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현재 후진국인 대한민국은 디지털문명 사회로 전환이야말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법인 셈이다. 실제로 이 두 가지 ‘새로운 처음’형 충격은 사실상 하나다.

특히 미·중 갈등에서 대한민국이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남북을 연결하고 통합해야 하는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한민국은 전통적 하드파워가 아닌 소프트파워, 특히 디지털경제 생태계에서의 경쟁력인 ‘좋은 아이디어’가 넘치게 하는 ‘사회적 자본’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이 과제는 경제 생태계의 전환이 필수인 대한민국과 청년의 미래와도 관련이 있다. 게다가 ‘협력-공유-자율성-연대-호혜주의’를 핵심 특성으로 하는 디지털경제 생태계를 중심으로 하는 ‘대안 경제체제’는 남과 북의 통합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새로운 경제 생태계와 새로운 문명은 사회의 재구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산업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사회계약을 필요로 하고, 새로운 사회가 요구하는 기본권의 재구성이야말로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100년의 설계가 될 것이다.”

새로운 사회가 요구하는 기본권을 저자는 디지털경제 생태계에서 가치창출의 핵심 자원은 ‘데이터’이고, 데이터에 가치를 불어넣는 것이 ‘아이디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디지털경제 생태계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사업모델)를 찾아내고 이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다음 5가지 새로운 기본권 도입을 제시한다. ▲데이터 접근권(공유) 도입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기본소득 도입 ▲기본대출 도입 ▲국가고용보장제 도입으로 새로운 기본권들을 ‘복지’가 아닌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위한 ‘사회적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새로운 시도가 활성화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과 청년의 미래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엄대용 기자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