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동면 수술 세계 최초 임상시험 실시

- 메릴랜드대학 메디컬 센터, 혈액 대신에 생리 식염수로 가사 상태로 치료 후 소생 실험

과학자들이 SF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자주 나오는 사람의 인공 동면 수술과 같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메디컬 센터 새뮤얼 티셔먼(Samuel Tisherman) 박사 연구팀이 응급 외상 환자의 혈액 대신 차가운 생리 식염수를 넣어 체온을 낮춰, 몸의 신진대사 시계를 느리거나 멈춘 가사(apparent death) 상태에서 수술을 마친 후 다시 몸을 따뜻하게 소생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시도하고 있다. 

티셔먼 박사는 20일(현지 시각) 뉴사이언티스트(newscientist)와 인터뷰에서 “의료진이 처음 수술을 했을 때 최소 1명의 환자를 가사 상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영화 패신저스(Passengers)에 나오는 동면 기계. [Passengers 2016 예고편 캡처]

치명적인 외상을 입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환자를 인공 동면 상태로 만드는 이 기술은 공식적으로 ‘응급보존과 소생(EPR, Emergency Preservation and Resuscitation)’이라고 불린다. 

메릴랜드 대학 메디컬 센터에 실려 온 환자 중 총상이나 깊은 상처와 같은 심각한 외상을 입어 심장마비를 일으킨 사람들에게 EPR이 행해지고 있다.  

대부분 이러한 환자는 심장 박동이 멈춰지며, 혈액의 절반 이상을 잃게 된다. 따라서 수술할 수 있는 시간은 단 몇 분으로 살아날 가능성은 5% 미만이다.

EPR은 환자의 몸에 혈액 대신 차가운 생리 식염수를 넣어 환자를 10~15°C로 급냉한다. 이때 환자의 뇌는 거의 활동을 멈춘다. 그 후 환자를 수술실로 이동해 몸이 따뜻해지고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되기 전인 2시간 안에 환자를 치료한다.

우리의 세포는 정상 체온인 약 37°C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일정한 산소를 공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심장이 멈추고 호흡도 정지하면 혈액이 산소를 운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뇌는 5분 이상 산소가 없으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는다. 

하지만, 체온을 낮게 하면 우리 세포의 화학 반응의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필요한 산소량이 감소한다. 이렇게 하면 뇌에 손상을 주지 않고 생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팀은 EPR을 받는 10명과 EPR을 받을 상황이지만 받지 않은 10명과 비교하는 임상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 임상 시험은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특히 FDA는 EPR을 받을 환자는 부상이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고 다른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환자의 동의(또는 보호자 동의)를 면제해 주었다. 

연구팀은 지역 사회에서 토론을 벌였고, 사람들이 신청할 수 있는 웹사이트와 임상시험을 설명하는 신문 광고를 실었다.

티셔먼 박사의 EPR 연구에 대한 관심은 심장을 찔린 소년의 죽음을 경험한 이후부터다. “시간이 충분했더라면 그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환자의 몸을 냉각해 치료 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동물 실험에서는 급성 외상을 입은 돼지를 3시간 동안 냉각하고 그사이에 봉합·소생하는 데 성공했다.

인체를 급랭해서 얼마나 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지는 아직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세포가 다시 따뜻하게 되면서 재관류 손상(reperfusion injury)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재관류 손상은 막혔던 혈관이 다시 소통되면서 일어나는 조직 손상으로 주로 심장질환에서 볼 수 있다.

티셔먼 박사는 “여러 약물을 결합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인공 동면 시간을 연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재관류 손상의 원인을 아직 모두 파악하지 못했다”라며 “모든 임상 시험 결과를 2020년 말까지 발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들풀 기자 i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