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을 먹으면 암이나 근종이 커진다?

오색으로 물들었던 단풍철도 지나가고 겨울이 오면서 부고를 알리는 문자가 많이 날아온다. 문득 '사람이 자기가 언제 죽을지를 안다면 사는 날이 얼마나 불안하고 지옥 같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조물주가 인간에게 자신이 죽는 날을 모르도록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암 선고를 받게 되면 사람들은 사실 언제든지 닥칠 수 있지만 마음속으론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죽음을 맞닥뜨리게 된다. 

건강검진의 대중화로 암 발생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 조기 발견으로 인한 암 완치율이 많이 늘고는 있지만, 갑상선암, 유방암, 전립선암 같이 생존율이 높은 암을 제외하면 여전히 암은 완치하기 힘든 공포스러운 질병이다. 이런 어려운 질병에 걸린 암 환자들이 자기에게 가장 최선인 치료를 한방이든 양방이든 혹은 한 양방 협진이든 최적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치료를 받으면 좋으련만 잘못된 오해로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 한 쪽에만 치우쳐 진료 받는 현실이 안타까워 이번 원고는 암에 대하여 써보려 한다. 

언제부터인가 어혈이나 담이 있어 이를 제거하기 위한 한약을 권하거나, 몸이 많이 약해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한약을 권할 때, 환자들 중에 일부가 "저 암수술을 해서 한약 먹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라고 대답을 한다. 참 답답한 노릇이다. 담이나 어혈이 오래되면 적(積) 즉 암(癌)이 되고, 암이 생기는 면역학적 원인은 면역력이 떨어져 임파구 수치가 감소되어 암세포를 통제하지 못해 비정상세포가 통제 불능의 성장을 하는 것인데, 암의 원인물질을 고스란히 방치하고 면역력이 약화된 상태로 그냥 버티는 것이 암의 재발을 막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오해를 바로 잡았으면 한다. 

▲ 출처: Pxhere

우선 암의 원인에 대해 양방의 견해부터 살펴보자. 암의 원인은 보통 네 가지로 본다.  ▲ 물리적 요인 : 방사선, 전자기파, 자외선 등 ▲ 화학적요인 : 담배연기와 같은 발암물질 ▲ 생물학적 요인 :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감염 ▲ 기타 :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면역체계의 약화를 들 수 있다. 

앞의 세 가지 원인에 대해서는 언론매체를 통해 늘 들어와서 잘 아는 내용이므로 면역학적 원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일본의 면역학자 닥터 아보 도오루에 의하면 암이 발생하는 기전은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의 긴장상태가 지속되면 임파구가 감소하여 면역상태가 억제되고 반면 과립구는 과잉되어 정상세포가 파괴되어 암이 발생한다고 했다. 

따라서 그는 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첫째, 목표의 70%에서 만족하는 안분지족하는 삶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둘째, 암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셋째, 몸에 좋은 현미, 야채, 버섯, 작은 생선을 먹고 가벼운 운동을 계속하여 적극적으로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임파구를 증가시켜 면역력을 높여주라고 했다.

 

예전에 '생로병사의 비밀'을 통해 암을 극복한 사람들을 보여주었는데, 그들의 암 극복 과정이 그 전의 스트레스를 받았던 환경에서 탈피하여 자연으로 돌아가 현미, 야채 등을 먹고 암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치료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으로 면역력을 높여 치유되었던 케이스가 많았던 것을 보면 닥터 아보의 이론이 실제로 증명됨을 알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 암의 발생기전을 살펴보면 "血氣稽留不得行 故宿昔而成積矣"라 하여 기혈이 잘 통하지 못해 어혈이 생겨 오래되면 적(積) 즉 암(癌)이 생긴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에 대한 치료 방법은 어혈을 풀어 주는 활혈거어법(活血祛瘀法)과 '養正積自除'라 하여 면역력을 길러주면 적(암)은 스스로 풀어진다하여 보(補)하는 치료를 제시하였다. 즉 공보겸시(攻補兼施)라 하여 공격하는 것과 보하는 치료를 동시에 시행하여 암세포를 제거할 때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날 연구에 의하면 한약의 보약을 이용한 치료는 세포면역기능과 혈액의 기능을 개선하여 암세포를 인식하게 하는 기능을 촉진하고, 인체 면역상태를 조절하며 골수보호에 장점이 있어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요법에 의한 인체 손상을 막아주어 암치료와 재발 억제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암환자의 질병과 치료과정 중에 많이 발생하는 어혈은 암의 전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한약에서 사용되는 당귀, 적작약, 천궁, 도인, 홍화 등의 한약재와 계지복령환, 혈부축어탕 등의 한방 항어혈제는 혈소판 응집을 감소시키는 등 암의 미세환경 조절을 통해 암의 침윤과 전이를 막아준다는 여러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Liu J. Onco Targets Ther. 2016)

한약은 암환자의 몸 상태를 개선하고, 항암화학요법의 독성과 부작용을 완화하며, 환자의 면역력을 회복하여 삶의 질을 회복시키고 생명력을 높인다는 많은 연구와 임상증례가 보고되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보약으로 알고 있는 십전대보탕, 보중익기탕, 인삼양영탕 등의 보약이 암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에 억제되었던 면역세포들인 대식세포, 자연살해세포 등을 부활시키고 암을 인식하게 만드는 수지상 세포(DC cell)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의 성장과 전이를 억제하여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생존기간 연장에도 실제적 도움이 된다는 보고 등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발암연구를 할 때 주로 실험용 쥐를 사용하는데, 쥐에게 암을 발병시키려면 암세포를 100만개 주입해야 한다. 그런데 임파구를 줄인 쥐, 즉 면역력을 약하게 한 쥐의 경우에는 1000개의 암세포로도 발암이 된다. 건강한 사람의 체내에서도 매일 100만개 정도의 암세포가 생기는데 발병하지 않는 이유는 면역력이 작용하여 암세포를 죽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면역력이 좋고 나쁜 차이가 암 발병에 결정적 차이를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면 면역력이 떨어져 양방 감기약을 2주 이상 먹어도 감기가 낫지 않아, 감기를 치료하는 보약을 먹고 면역력이 회복되어 완쾌된 경험을 갖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같은 오해를 하면 한약이 면역력을 높이기보다는 감기 바이러스를 강하게 만들어 폐렴으로 악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씻은 듯이 감기가 회복되는 것을 보면 한약이 주로 면역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합리적으로 조금만 생각해보면 한약을 먹으면 암이나 종양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 수 있다.

말기암 환자들은 통증 때문에 고통을 받게 되는데, 이럴 때 가까운 한의원에 가서 뜸을 뜨게 되면 백혈구 수치가 늘어 면역력이 높아져 통증에 큰 도움을 받는다. 이런 까닭은 면역학적 관점에서 암세포는 열에 약하고, 임파구가 열이 있는 환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사실 양방에서는 몸에 염증이나 바이러스가 있을 때 소염제나 항생제를 쓰는데 한방적으로 보면 다 몸을 차게 하는 약이고 주된 치료가 이쪽인데 반해, 한방에서 쓰는 대부분의 보약이 몸을 따듯하게 하는 약이라 백혈구 수치도 높이고 면역력을 높게 하므로, 실제로는 한약이 암에 더 잘 맞는 치료제라 할 수 있다.

실제 필자의 모친의 경우 80대 초반부터 아랫배가 기분 나쁘게 아프다고 하셔서 대장암일 수도 있어 내시경을 한 번 받아보겠냐고 물어봤지만 본인은 암이어도 수술 받을 생각이 없다고 하셔서 그럴 때 마다 장을 돌볼 수 있는 정전가미이진탕을 한 제 지어드리면 아픈 증상이 없어져 아버님이 작고하시던 2015년 까지(88세) 잘 버티셨다.

하지만 2015년 10월 아버님이 작고하시고 혼자되신 스트레스가 크셨는지 한 달 만에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셔서 삼성의료원 응급실에 가서 조영제를 써서 CT 찍으니 결장암이 터져 복강에 대변이 가득차 응급수술하지 않으면 폐혈증이 심해질 위급한 상황이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집도의 선생님이 고령이라 개복해서 깨끗이 세척만 할 것이니 금방 수술이 끝날 것이라 했는데, 7시간 만에 수술이 끝나 물어보니 암 이외에도 난소에 애기 머리만한 혹이 있어 다 제거하고 장루를 빼는 대수술을 한데다 폐혈증도 있어 낙관적이진 않다고 했다.

다행히 금방 의식을 회복하시고 퇴원했고, 병원에선 복막까지 전이된 상태니 항암치료를 권했지만 고령이라 하지 않고, 수술부위 유착을 막고 회복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해 대장암, 위암 수술 후 빈용되는 대건중탕을 2개월 간 써서 대수술 후 후유증없이 회복하셨고, 그 후 2년간은 태음인인 어머니의 기혈을 보해 면역력을 증강시켜 재발을 방지하는 팔물탕 가감방인 위풍탕을 써서 수술전 말랐던 체중이 오히려 약간 비만일 정도로 회복하시고 오히려 아들 건강을 걱정하신다. 이젠 괜찮으니 약을 그만 드시면 안되냐고 하셔서 3년 차 부터는 하루에 한 봉 씩만 약을 드시고 있고, 이제 11월이 돼서 만 3년이 됐다.

일본에서는 한의사 제도가 없어 양방 의사들이 한약도 같이 쓴다. 위에서 필자의 모친의 경우 쓴 약 이외에도 암환자에게 한약처방을 많이 한다. 가장 흔한 사례가 항암치료를 하면 위장관의 세포가 헐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악액질로 인해 구토를 하고 음식을 섭취하기 힘들어져 가뜩이나 약한 면역력이 더욱 떨어지는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목표한 항암치료를 다 못하고 중단해야 한다. 이럴 때는 비화음이나 육군자탕, 보중익기탕을 써서 악액질을 제거하여 구토를 없애고, 면역력을 높여 입맛이 돌게 해, 음식섭취를 통해 기운을 회복시켜 항암치료도 지속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항암치료로 인한 부작용이 생기기 전에 선제적으로 항암과 한약을 병행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환자의 치료율을 훨씬 높일 수 있게 된다.

필자의 바람은 이번 연재를 통해 암에 걸린 환자들이 전이가 심하지 않아 면역체계의 큰 손상없이 제거할 수 있는 초기암은 양방적 수술로 치료하고, 수술한 후에는 재발 방지를 위해 면역력을 높여줄 수 있는 한약을 확신을 갖고 불안한 마음 없이 편안히 복용하여 잘못된 오해로 자기 자신에게 가장 최선인 치료법을 선택하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필자의 모친처럼 아들이 한의사가 아니어도 누구나 한양방 협진의 최선의 조합으로 자신의 암을 치료할 수 있었으면 한다. 모쪼록 이번 글이 암의 공포와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환자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기를 바란다.

 

 

 

안 준석 대한연부조직한의학회 / 안준석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