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가 가축을 슈퍼버그 공장으로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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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pixabay)

미국에서 소비되는 항생제 중에서 인간이 먹는 부분은 겨우 20%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80%는 누가 먹을까? 놀라지 마시라, 그걸 먹는 건 소, 돼지, 닭 등의 가축이다. 왜냐고? 미국의 농민들은 '가축의 성장을 촉진'하거나 '가축의 건강을 저렴하게 지키기' 위해 항생제를 애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항생제들은 현대의약으로 처치할 수 없는 세균인 ‘슈퍼버그(superbugs)’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으며,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2013년 전 세계에서 식용동물에게 투여된 항생제는 131,000톤이었는데, 2030년에는 200,000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9월 28일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논문에서, 스위스 연방공대(Swiss Federal Institute of Technology)의 역학자(epidemiologist) 토마스 반 뵈켈(Thomas Van Boeckel)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증가하는 슈퍼버그 등장의 위협을 설명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에 <사이언스>는 뵈켈 박사와 1문1답을 나눴으며, 그 내용은 제한된 지면과 불명확한 의미를 감안해 약간 편집됐다.

식용동물에게 항생제를 남용하는 관행은 어떤 위협을 초래하나?

대부분의 항생제는 질병예방이나 성장촉진을 위해 사용되는데, 이는 건강한 동물이 장기간에 걸쳐 항생제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가축의 체내에 서식하는 세균들이 항생제내성 유전자를 획득한다면, 항생제의 효과는 감소하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가축의 건강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가축 부문은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동물의 장내미생물은 인간에게 유해한 미생물에게 항생제내성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장내미생물이 인간의 장내미생물에게 항생제내성 유전자를 전달하는 이러한 과정의 규모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물에게 사용되는 항생제의 양을 감안할 때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례로 2013년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돼지 농장이나 돼지의 분변을 퇴비로 사용하는 밭 근처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MRSA: 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bacteria) 감염률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 착수하게 된 배경과 동기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동물에 대한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려는 법령과 정책이 초보수준에 머물러 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특정 약물을 식품 생산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법령에 허점이 많아 항생제를 성장촉진제(growth promoter)로 사용할 여지가 상존한다. 만약 항생제내성을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좀 더 광범위하고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해에 국제연합총회(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에서는 회원국들에게 "항생제내성 문제를 해결할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동물에 대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정책이 글로벌 차원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가장 좋은시기라고 판단하고 이번 연구에 착수했다.

이번 연구 방법은 어떻게 했는가?

우리는 항생제 판매량과 가격에 대한 자료를 제공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런 다음 세 가지 시나리오(전략)를 가정하고, 항생제 사용 감소전략의 효과를 측정했다. 첫 번째 전략은 식육 소비를 줄이는 것이었다. 미국인들의 하루 평균 고기 소비량은 260그램인데, 이것을 165그램(표준 패스트푸드 햄버거 4개)으로 줄일 경우, 글로벌 항생제 소비를 2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중간소득 및 저소득 국가들의 고기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첫 번째 전략은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참고. 2030년의 글로벌 동물용 항생제 사용량 예측
▲1안: 연간 항생제 사용량을 동물제품 1킬로그램당 50밀리그램 이하로 제한함 → 항생제 사용량 20% 감소 ▲2안: 일간 식육 섭취량을 1인당 165그램으로 줄임 → 60% 감소 ▲3안: 식용동물에 대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항생제 소비량에 50퍼센트의 세금을 부과함 → 30% 감소

※ 세 가지 해법은 상호 배타적(mutually exclusive)인 것이 아니다. 만약 세 가지 방법을 결합하여 풀가동한다면, 항생제 소비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Global_antibiotic_use_in_food_animals_by_2030_Global_antibiotic_use_in_2030_(1000_tons)_chartbuilder


그렇다면 두 번째 전략은?

지난해에 영국 정부에서 발표한 <항생제 내성에 관한 오닐 보고서(O’Neill Review)>에서는, '동물제품 1킬로그램당 매년 50밀리그램'이라는 항생제 사용 상한선을 제안했다. (현재 항생제 사용에 대한 상한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상한선을 중국과 OECD 회원국에게 적용할 경우의 효과를 계산해 봤더니, 항생제 사용을 6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전략의 가장 큰 문제는, 법을 강제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시체계를 개발해 가동해야 하는데, 이를 글로벌 차원에서 운영하는 데는 많은 난점이 따른다.

세 번째 전략은 무엇인가?

농업에서 사용된 항생제가 공장에서 출하되는 제품에서 나오거나 외국에서 수입되는 시점에서,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이 전략은 새로운 건 아니지만, 항생제 사용에 부담을 주어 농민과 수의사들의 항생제 남용을 줄일 수 있다. 우리의 계산에 의하면, 식용동물에게 사용된 항생제에 50%의 세금을 부과할 경우 글로벌 사용량을 3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로 인한 세수(稅收)는 17억 ~ 46억 달러여서, 새로운 항생제를 연구하거나 농장의 위생을 개선하는 데 투자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보기에, 글로벌 항생제 소비를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항생제 소비를 줄이는 데 특효약(silver bullet)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제시한 세 가지 해법은 상호 배타적(mutually exclusive)인 것이 아니다. 만약 세 가지 방법을 결합해 완전 가동한다면, 우리는 항생제 소비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이번 연구의 한계점은 무엇인가?

주요 한계점은 '항생제의 판매량과 가격에 대한 공식 자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료 입수가 가능한 38개국의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좀 더 많은 나라들과 동물건강산업들이 동물용 항생제 판매량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세 가지 전략의 영향을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출처: Science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등재된 양병찬 번역가의 글을 다시 정리해 옮겨 싣는다. 양병찬 약사/과학 전문 번역가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을 공부했다. 현재 약국을 운영하며 의학, 약학, 생명과학 분야 등 과학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매주 포스텍(POSTECH)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 엄선해 번역 소개한다. 최근 번역 출간한 책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2017.08.09), '핀치의 부리'(2017.03.08.), '자연의 발명'(2016.7.11.)을 비롯해 ‘나만의 유전자’, ‘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매혹하는 식물의 뇌’, ‘곤충 연대기’,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 남는다’, '센스 앤 넌센스', ‘비처방약품치료학’, ‘커뮤너티파마시’, ‘리더에게 결정은 운명이다’, ‘잇 앤 런’, ‘아트 오브 메이킹 머니’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김들풀 기자  itnews@it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