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무지가 가져온 치명적 결과…“라듐 음료와 라듐 온천”

라듐 음료를 2년 동안 매일 마신 사업가의 최후

프랑스의 퀴리 부부가 발견한 라듐은 어두운 곳에서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성질로 유명하다. 라듐은 방사성 원소이지만, 20세기 초에는 방사선의 위험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라듐은 민간요법 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이 라듐이 함유된 건강음료를 습관적으로 마셨던 한 사업가의 최후를 소개한다.

마리 퀴리와 그의 남편인 피에르 퀴리는 1898년 우라늄 광석 ‘섬우라늄광(uraninite: UO2)’에서 라듐을 분리, 정제하는 데 성공했다. 마리 퀴리는 자신이 발견한 라듐의 정제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라듐은 순식간에 유럽 전역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라듐의 가장 유명한 응용 사례는 시계다. 라듐은 어두운 곳에 두면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성질이 있어 시계바늘이나 시계판에 사용됐다. 하지만 라듐은 강력한 방사능을 방출하는 위험한 물질이었다.

방사선의 하나인 X선과 건강 피해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1902년으로, 방사선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부터다. 따라서 20세기 초에는 라듐이 위험한 물질이라는 인식이 없었고, 심지어 라듐이 함유된 건강식품이나 음료가 판매되기도 했다.

약 2년 동안 매일 3병의 라디솔을 마신 바이어스와 수술 후 모습. 출처: Wikimedia Commons

1918년 미국 자칭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윌리엄 J. A. 베일리(William J. A. Bailey)는 라듐이 정신질환이나 두통에서 당뇨병, 빈혈, 변비, 천식에 이르기까지 수십 가지 증상 치료에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라듐을 첨가한 물을 '라디솔(Radithor)'이라는 이름의 음료를 판매하기도 했다.

미국 사업가 에벤 바이어스(Eben Byers)는 1927년 침대에서 떨어져 팔을 다친 후 팔의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이때 그의 주치의였던 찰스 클린턴 모이어(Charles Clinton Moyer)는 바이어스에게 라듐이 함유된 건강음료 '라디솔' 복용을 권유했다. 

바이어스는 1927년 12월부터 하루 3병의 래디솔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라디솔을 매우 신뢰하여 자신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라디솔을 선물하고, 자신이 기르는 말에게도 먹이로 주었다.

약 2년 동안 매일 3병의 라디솔을 마신 후, 바이어스의 몸에 눈에 띄게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930년에는 치아가 빠지기 시작하면서 두통과 턱의 통증이 심해졌다. 엑스레이 전문가 조셉 매닝 슈타이너(Joseph Manning Steiner)는 바이어스의 증상이 방사능 중독으로 인한 '라듐 걸스(Radium Girls)' 증상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라듐 걸스'는 시계 부품에 라듐이 함유된 페인트를 칠하는 여성 공장 노동자들의 총칭으로, 방사능 중독을 호소하며 고용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931년 바이어스는 이미 앞니 2개를 빼고 상악 전체와 아래턱 대부분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1932년 바이어스가 사망하고 시신을 해부한 결과, 그의 머리뼈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뇌에 종양이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어스의 시신에서 치사량 2마이크로그램이 넘는 라듐이 36마이크로그램이나 검출됐다. 그의 시신은 방사능으로 인해 납으로 만든 관에 묻혔다. 바이어스의 비극적인 최후는 과학적 인식 부족으로 인한 끔찍한 사례로 기록됐다. 참고로 라듐의 반감기는 1,600년이다.

한편 래디솔을 판매한 베일리는 사기죄로 감옥에 갇혔지만, 래디솔을 포함한 제품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 1949년 방광암에 의해 64세로 사망할 때까지 부유한 삶을 살았다.

방사능 온천인 라듐 온천은 안전할까?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 속에서 방사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라듐 온천의 안전성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과연 라듐 온천은 안전할까?

라듐 온천은 법적으로 '방사능 온천'으로 정의한다. 라듐이라는 방사성 물질이 일정량 이상 함유된 온천을 뜻한다. 방사능 온천이라고 하면 매우 위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라듐 온천은 왜 안전한지 알아보자.

방사선은 일반적으로 이온화성을 가진 고에너지의 전자기파나 입자선을 말한다. '이온화'란 원자의 궤도 전자를 튕겨내어 이를 양이온과 자유전자로 분리하는 작용을 말한다. '방사선=피폭'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이는 방사선의 특징 중 하나인 이온화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방사선의 종류에는 α선(알파선), β선(베타선), γ선(감마선)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종류에 따라 성질도 다르다. 이를테면, 입자선인 알파선은 종이 한 장 정도도 통과하지 못한다. 반면 전자기파인 γ선은 그 강도에 따라 다르지만 콘크리트나 납과 같은 고밀도 물질이 아니면 투과를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투과력이 강하다.

라듐은 우라늄이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붕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로, 이 라듐이 붕괴한 것을 라돈(Radon)이라고 한다. 라돈은 자연 방사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무색, 무취의 기체 상태의 물질이다. 

고농도 라돈이 함유된 지층을 통과한 지하수는 라돈이 함유된 온천수가 되며, 일정량 이상의 라돈이 함유된 온천을 법적으로 '방사능 온천'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라돈을 많이 함유한 방사능 온천을 일반적으로 라듐 온천이라고 부르고 있다.

라돈은 방사선 중에서도 알파선을 방출하는데, 알파선은 γ선이나 β선에 비해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알파선은 종이도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투과력이 약하기 때문에 체내에 흡수되어도 체외로 에너지가 빠져나가지 않는다. 따라서 세포에 직접적으로 큰 에너지를 방출해 강한 자극을 주게 된다. 참고로 체내에 들어온 라돈의 50%는 30분이면 사라지고, 약 2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라돈이 소변 등을 통해 배출된다.

따라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로 인해 공기 중의 방사선량이 증가해 건강이 좋아진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다. 즉 방사능의 수치가 증가해 오히려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전혀 다른 문제다.

김민중 기자 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