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로 본 기업가 정신과 비즈니스 모델 2

지난 호에 이어 이번에는 전태일이 만든 태일피복 사업계획서를 통해 공감 리더십이 만든 도전과 기업가 정신을 알아보자.

 
종로3가 청계천변에 위치하고 있는 전태일 기념관을 방문하면 전태일의 불꽃 같은 삶과 그 시대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 그런데 전시관 한쪽에 예사롭지 않은 그의 기록물을 발견했다.

그것은  전태일이 만든 ‘태일피복 사업계획서’다. 그가 청계피복에서 어린 보조원인 시다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만든 사업계획서의 설립목적에는 어린 동심을 구출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시다라는 말은 일하는 사람 옆에서 그 일을 거들어 주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 시다바리에서 유래했다. 봉제 공장에서 단순 노동을 하는 사람을 낮춰 부르는 말. 

직원을 존중하는 이상적인 회사인 태일피복의 사업계획서의 내용을 보면 다소 놀라운 개념들이 있다. 그 당시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개념들이 그의 사업계획서에 온전히 담겨 있다.

그는 어린 시다들의 고통에 공감했고, 새로운 질서로 변화될 미래를 꿈꾸었고, 그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기 위해서 여러 가지 혁신적인 개념이 그의 사업계획서 곳곳에 묻어나 있다.

■ 공감과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그의 사업계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큰 틀은 공감에서 시작한다. 공감에서 사업모델을 찾아내는 방법은 이미 실리콘밸리의 사업모델 방식이다. 2009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연구된 디자인 싱킹은 공감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는 방법론이다.

그는 이와 관련된 공부를 별도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체화된 공감 인식과 문제의식만큼은 그 누구보다 뚜렷했다. 이는 어떤 사업을 구상하고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정이다.

공감을 통해 문제가 정의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는다. 그 과정을 전태일은 사업계획서 안에 고스란히 담았다. 무엇보다 어린 시다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문제 발견과 해결을 꾀했다.

또한, 그의 공감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다. 전태일은 ‘바보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청계상가의 노동자들을 규합하고 그들의 권리를 위해 앞장섰다.

■ 비즈니스모델 캔버스(9 블록)

태일피복 사업계획서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장 많이 활용하는 사업모델 정의 방식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Business Mode Canbas, BMC)의 9가지 블록 요소는 사업에 필요한 대상과 관계, 수익 등에 대한 흐름을 보여준다.

각각의 9가지 요소는 아래 그림과 같이 가치제안을 중심으로 왼쪽은 공급자의 활동, 오른쪽은 고객에 제공되는 활동을 표시한다. 또한, 아래에 비용과 수익으로 돈의 흐름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눈에 보이도록 사업모델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business Model Canvas, BMC)는 2010년 스위스 로잔대학교 교수인 예스 피그누어(Yves Pigneur)와 제자 알렉스 오스터왈더(Alex Osterwalder)가 만들어 사용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비즈니스 툴이다.

그런데 태일피복 사업방침을 살펴보면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활용해 만들었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

주문과 동시에 3시간 이내 배달이라는 서비스와 직접 방문 고객에 대한 교통서비스는 최근 혁신을 주창하는 쿠팡을 비롯한 G마켓 등에서 제공하는 총알배송 서비스를 닮았다. 그것을 위한 표준화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 

특히 마케팅 방안으로 영수증 추첨 서비스는 정말 최신 마케팅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핵심 파트너에 대한 관리 및 플랫폼 유통구조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은 전태일 사업계획서의 10가지 사업방침을 사업모델로 쉽게 이해되는 표현으로 정리했다.

1. 서울시 판매 파트너 의류점 정보 체계적 관리 (핵심 파트너 관리)
2. 회사의 기업가 정신을 이해시킨다. (기업가 정신)
3. 주문과 3시간 이내 배달 (가치 제안)
4. 직접 방문 구입 고객 교통 서비스 (가치 제안)
5. 공장 상품에 대하여 카탈로그를 월 1회 업데이트하여 판매채널을 관리한다.(판매채널)
6. 영수증 추첨 서비스로 구매를 되풀이하도록 유도한다.(고객관계)
7. 생산과정을 이해시키고 품질개선에 힘쓰며 신뢰성 강화 (핵심 활동)
8. 백화점 및 대형마트 구조의 마케팅 플랫폼 형식 (핵심자원)
9. 고객 관계 유지(CRM)를 위해 파트너사에 달력 제공 등을 주기적으로 한다.(핵심 파트너)
10. 학생복을 기성복화(표준화)하여 단가를 낮춘다. 마케팅을 위한 경품 프로모션으로 상품 판매 강화 (비용/수익)

■ 시장 조사

태일피복 사업계획서의 ‘서울특별시 시장 조사도’는 전태일이 시장조사를 통해 판매 대상에 대해 구체화했다. 구체화된 시장의 리스트 정리는 태일피복의 공급망에 대한 관계를 정리한 것이다.

■ 기업 문화 만들기

야간 근무자 수칙은 야간 작업시간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당시 기업들의 초과근무와 비교하면 매우 진보된 형태다.

심지어 최근 기업의 HRD, 즉, 직원의 역량 강화 목적의 교육기관을 겸한 형태의 사업장을 설계했다. 특히 사내 벤처 개념이 나오는데 졸업생이 사업을 할 경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한 실습을 겸한 교양과 기술을 습득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직원들을 부품 아닌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생각했다. 아울러 협업도 강조하고 있다.

■ 제품 정의 / 핵심 자원

제품에 대한 정의는 기업이 가진 핵심 역량이다. 따라서 기업이 제공할 서비스에 대한 정의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제품 종류는 아마도 과거 전태일이 일하면서 만들었던 제품 종류일 것이다. 

또 관련 기계류 및 자재들은 핵심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원과 활동을 통해서 시장에서 사랑을 받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 수익분석/비용 원가분석

전태일은 수익분석을 위해 1개월 단위 수지를 분석 비교했다. 최저 생산을 기준으로 단가를 산정해 총매출을 산정하고, 타사와 비교해 산정한 것으로 보아 가격에 대한 강점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비용 항목에 대해서도 선전비용, 통화료, 인쇄비 등 항목별로 자세히 정리했다. 또한 직원 인건비도 다양한 역할별로 1개월 단위로 비용을 산정했을 뿐만 아니라, 인건비 산정에 있어 1개월간 생산 제품 통계로 금액을 산정했다. 이는 회사 매출과 직원 급여가 비례한다는 의미다. 또한 직원 복지 개념의 위생비와 교육비도 산정했다.

■ 태일피복 사업계획서의 의미

태일피복 사업계획서에는 기업이 좋은 일자리 창출로 사회공헌에 이바지한다는 개념이 있다. 수익을 내기 위한 혁신적인 유통과 서비스, 파트너십이 잘 구성되어 있다.

노동자 전태일은 평소 하고 있던 일에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즉 실무에 대한 감각이 있었기에 현재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안이 나올 수 있었다. 디자인씽킹이 그렇다.

건물 전면에 새겨진 전태일의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진정서 글귀가 눈에 들어 온다. [출처: 민주인권기념관]

최근 국내 기업에서 일부지만 노동자이사제가 조금씩 도입되고 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결국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석한다면 더욱 투명하고 기업의 혁신방향을 실무적으로 더 잘 이해하고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다양한 플랫폼 노동자가 등장하고 경영방식에서도 많은 변화가 뒤따라오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의 창의적 문제해결 방식이 필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과거처럼 경영과 노동이 분리된 것이 아닌 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에 전태일의 태일피복 사업계획서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해주고 있다. 

태일피복은 전태일이 미처 만들지 못한 사업계획서에만 있는 기업이다. 이제 우리가 그의 꿈인 노동과 경영이 함께 하는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

변화를 꿈꾸는 금빛나무 씀  space.context@gmail.com, 정리 김들풀 기자 i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