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빅히어로’ 현실로…스스로 군집하는 로봇

 

▲월트 디즈니 3D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 6(Big Hero 6)' 스틸 컷
▲월트 디즈니 3D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 6(Big Hero 6)’ 스틸 컷[/caption]

월트 디즈니 3D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 6(Big Hero 6)' 속에 나오는 마이크로 로봇은 조종자의 명령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며 서로 달라붙고 떨어질 수 있는 군집 로봇 기술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이 작은 로봇들을 이용해 커다란 로봇 팔을 만들어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고, 공중에 다리를 만드는 등 원하는 모양을 자유자재로 만들기도 한다. 도저히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군집 로봇 기술이 개발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유럽 분자생물학 연구소(EMBL)’ 제임스 샤프(James Sharpe) 교수팀은 군집 형태를 미리 입력하지 않아도 로봇끼리 신호를 주고받으며 무리를 이루는 군집 로봇 시스템을 만들었다. 

샤프 교수는 웨스트 잉글랜드 대학 브리스톨 로보틱스 연구소(Bristol Robotics Laboratory)와 게놈규제센터(CRG)와 함께 로봇 공학에 자기 조직의 생물학적 원리를 도입했다. 연구 결과는 2018년 12월 19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Morphogenesis in robot swarms’라는 논문명으로 게재됐다.

▲앨런 튜링의 ‘반응-확산 방정식(미분 방정식)’을 적용해 군집 로봇이 특정 패턴을 형성하는 모습. [출처: 사이언스 로보틱스]
▲앨런 튜링의 ‘반응-확산 방정식(미분 방정식)’을 적용해 군집 로봇이 특정 패턴을 형성하는 모습. [출처: 사이언스 로보틱스][/caption]

특히 이번 연구는 2014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 연구팀이 개발 실험한 1,024대의 군집 ‘킬 로봇(Kill Robot)’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별 모양의 군집 구조를 이루는 것과는 개념부터 다르다. 당시 실험은 중앙 컴퓨터에서 제어하는 수준으로 로봇들이 서로 거리를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 스스로 군집하는 로봇의 모습. [출처: 사이언스 로보틱스]
▲ 스스로 군집하는 로봇의 모습. [출처: 사이언스 로보틱스][/caption]

튜링 패턴
연구자들은 그 해답을 동료와 상호작용하고 군집을 이뤄 이동하는 철새 떼나 개미 떼 등 자연계에서 찾고 있다. 

연구팀은 동전 크기의 로봇에 단지 상호 작용하는 기본 규칙만을 만들었다. 이는 생물학 조직에서 세포와 유사하게 행동하도록 하는 프로그래밍이다. 이러한 생물학적 패턴은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의 ‘반응-확산 방정식(미분 방정식)’을 적용했다.  

예를 들어 ‘형태소’라는 세포 속 요소가 서로 확산하고 반응해 손에 손가락을 배치하거나 표범에 얼룩을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즉 컴퓨터 과학과 생물학의 패턴을 결합해 만들었다.

연구진은 군집 로봇이 오로지 방정식에 따라 움직이게 했다. 로봇 각각에 형태소를 수치를 부여하고 10㎝ 이내 주변 로봇과 적외선으로 주고받은 형태소 정보를 바탕으로 방정식을 풀도록 했다.

각각의 로봇에 형태소를 부여하고 적외선 신호를 사용해 10cm 범위에서 다른 로봇과 통신하면서 튜링의 반응-확산 방정식을 풀도록 했다.

위 동영상을 보면 군집 로봇의 실험은 평균 3시간 반 동안 지속됐다. 생물학에서 영감을 얻은 로봇은 형태 정보를 담고 있는 가상분자인 모르포겐(morphogen, 다세포동물의 형태형성에 있어서 세포에 위치정보를 주는 기능이 있는 화학물질의 총칭)을 저장한다. 

색상은 개별 로봇의 모르포겐 농도를 나타낸다. 녹색은 매우 높은 모르포겐 값을 나타내고, 파란색과 보라색은 낮은 값을 나타내며, 색상은 로봇의 모르포겐의 가상 부재를 나타낸다. 

각 로봇은 10cm 범위에서 이웃 로봇과 통신하면서 모르포겐 농도가 낮은 로봇이 농도가 높은 로봇 쪽으로 모여들었다. 또한 방정식 수치를 조절하면 돌출 부위가 자라나기도 했다. 이를 ‘튜링 스팟(turing spots)’이라고 불린다. 특히 돌출 부위를 인위적으로 끊어내면 돌출 부위가 다시 자라거나 다른 곳에서 새롭게 돌출 부위를 만들어냈으며, 군집 가운데를 반으로 갈랐을 때도 다시 모여들며 군집을 복구했다.

실험에 쓰인 300대의 로봇이 서로 단순한 상호 작용으로 유기체처럼 로봇이 군집을 이루는 매혹적인 모습은 미리 입력된 마스터 플랜이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20회가 넘는 실험을 진행했으며, 각 실험에는 약 3시간 30분이 걸렸다.

또한 실제 생물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종종 일이 잘못될 수 있다. 로봇이 갇히거나, 무리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빠져나간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프로젝트가 어려웠다. 이 프로젝트의 초기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수행되었고, 실제 로봇 군집을 처음으로 수행하기까지 약 3년이 걸렸다. 

생물학에서 영감을 얻어 로봇 모양이 손상되어도 스스로 복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번 연구진의 결과는 실제로 응용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지진이나 화재가 발생한 재난 현장을 탐색하거나 건물이나 지형에 맞게 스스로 임시 다리를 만드는 등 3차원으로 자기 조직화하는 수백 또는 수천 개의 작은 로봇을 상상해보라.


iT뉴스 / 김들풀 기자 i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