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백발 원인 메커니즘 규명

- 하버드대학과 상파울루대학 공동 연구팀, 쥐 이용해 스트레스가 노르아드레날린 분비 멜라닌 세포에 영향

춘추시대 오자서는 극도의 분노와 복수심, 두려움으로 단 며칠 만에 눈썹과 머리가 백발이 됐다. 명을 받고 옥에 갇혀있던 주흥사도 중국 양 무제의 명을 받아 하룻밤에 천자문을 완성하자 그다음 날 백발이 됐다. 프랑스 루이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도 처형 전날 극도의 두려움으로 아름다웠던 금발이 백발로 변해버렸다. 또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대학살)에서 한 유태인이 다음날 처형에 대한 두려움으로 하룻밤 만에 백발이 됐다.

▲Anastasiya Lobanovskaya. 출처: Pexels

이 같은 스트레스가 머리를 희게 한다는 사례를 미국 하버드대학과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공동 연구팀이 쥐를 이용해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지에 논문명 ‘교감신경의 과도한 활성화는 멜라노 사이트 줄기세포의 고갈을 촉진한다(Hyperactivation of sympathetic nerves drives depletion of melanocyte stem cells)’으로 1월 22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출처: 네이처(Nature) 논문 (Hyperactivation of sympathetic nerves drives depletion of melanocyte stem cells)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체모가 어떤 영향을 벋는지 측정했다. 실험에 사용된 쥐는 주사로 통증을 줘 고통스럽게 만들거나 빛을 수시로 켰다 끄고, 잠자리를 물로 적시는 등 심리적 스트레스를 줬다. 또 하루에 4시간 동안 몸을 묶는 등 구속하는 3종류의 고통을 각각 받았다. 

그러자 위 그림처럼 아래쪽 스트레스를 받은 실험용 쥐가 위쪽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쥐에 비해 체모가 하얗게 되었다.

처음에는 연구팀이 스트레스가 머리의 색소를 생산하는 세포인 멜라닌 세포(멜라노 사이트) 에 대한 면역 공격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실험을 실시했다. 하지만 면역세포가 없는 쥐에서 실험 후 체모가 하얗게 되는 경우가 확인되자 이 가설은 폐기됐다.

그다음으로 추론한 이론은 스트레스에 의해 분비가 항진되는 코르티솔이 백발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지만, 코르티솔이 없는 쥐의 체모도 하얗게 되자 이 이론도 폐기됐다.

▲줄기세포가 스트레스에 반응해 생쥐 체모가 회색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출처: 하버드 대학교

우여곡절 끝에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교감 신경계가 방출하는 노르아드레날린 또는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멜라닌 세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리를 생성하는 모낭 속에 다른 세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줄기세포가 존재하고 있다. 새로운 머리가 생성될 때마다 줄기세포의 일부가 멜라닌 세포로 변화고 머리 색깔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교감신경계에 신경 전달을 억제하는 항고혈압제인 구아네티딘(Guanethidine)을 쥐에 투여하면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쥐의 체모색이 그대로인 것도 밝혀졌다. 결론은 노르아드레날린이 백발의 원인임을 밝혀낸 것이다. 또한 노르아드레날린을 피부에 주사하는 추가 시험에서 주사 부위 주변의 체모가 하얗게 변하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노르아드레날린이 모낭에 갑자기 흘러 들어가면 엄청난 수의 줄기세포가 멜라닌 세포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과도한 멜라닌 세포는 만들어지기가 무섭게 그들은 모낭에서 떨어져 있다가 분해되기 시작한다. 다음에 모낭이 모발을 만들려고 할 때, 새로운 색소를 생성하는 세포를 만들 수 있는 줄기세포가 거의 또는 전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 나오는 머리는 하얗게 된다.

▲멜라닌세포 줄기세포 주변의 정교한 교감신경 분포(자홍색) (노란색). 급성 스트레스는 교감 신경계의 과도한 활성화를 유발해 다량의 신경전달 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을 방출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은 멜라노 사이트 줄기세포를 빠르게 고갈시켜 모발이 회색으로 변화한다. 출처: 하버드 대학교

동물이 두려움 등 스트레스를 받으면 싸우거나 도망하는 일련의 반응이 발생한다. 이때 심박 수가 올라가고 지방세포에서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기능을 가진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쥐와 인간의 멜라닌 세포의 생성 반응과 교감 신경계는 많이 닮아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인간도 스트레스와 백발은 노르아드레날린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화에서 오는 백발도 줄기세포 고갈이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하버드대학 재생생물학 야-수야츠(Ya-Chieh Hsu) 교수는 “줄기세포의 손실이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새로운 빛을 던졌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버지니아대학 생물학자인 크리스토퍼 뎁만(Christopher Deppmann) 교수는 “체모가 흰색으로 변한 개체는 군에서 정상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백발은 종종 나이와 관련 있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리더십을 가지고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마도 흰머리가 날만큼 충분히 스트레스를 견뎌온 동물은 보통 그 개인의 나이보다 사회 질서에서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i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