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경험도 자손에게 유전 된다”

- 게이젤 의과대 연구팀, “부모가 후천적으로 얻은 경험도 자녀에게 유전된다” 실험 결과 발표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유전학자이자 성직자인 그레고어 멘델(Gregor Mendel)은 완두콩 교배 실험을 통해 생물이 가지는 모양과 성질이 자손에게 유전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 이후 자손에게 선천적인 유전자만 물려주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모의 스트레스와 기억 등 경험도 유전되고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고 있다.

다트머스 대학(Dartmouth College) 게이젤 의과대(Geisel School of Medicine) 연구팀이 “부모가 후천적으로 얻은 경험도 자녀에게 유전된다”라는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연구 결과는 저널 ‘이라이프(eLife)’에 논문명 ‘에탄올 선호의 세대 간 상속은 모성 NPF 억제에 의해 야기된다(Transgenerational inheritance of ethanol preference is caused by maternal NPF repression)으로 9일(현지 시간) 게재됐다.

 

▲출처: 이라이프(eLife)

노랑 초파리는 애벌레에 기생하는 기생말벌의 존재를 감지하면 에탄올을 포함된 먹이 주위에 알을 낳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애벌레가 에탄올을 포함한 먹이를 먹고 자라는 것으로, 기생말벌 접근이 어렵게 된다.

연구팀은 ‘F0 세대’가 될 알을 낳기 전 노랑 초파리의 암컷 40마리와 수컷 10마리, 그리고 암컷 기생말벌 20마리를 함께 4일간 키웠다. 동시에 대조군으로 동일한 수와 비율의 노랑 초파리를 기생말벌과 완전히 접촉시키지 않고 키웠다. 

F0 세대에서는 기생말벌에 노출된 초파리는 에탄올을 포함한 음식에 알을 낳은 수는 전체의 94%였다. 반면 기생말벌 위협이 없는 대조군에서는 에탄올을 포함한 음식에 알을 낳은 수는 전체의 약 20%였다. 

그다음 연구팀은 F0 세대의 알에서 태어난 ‘F1 세대’를 기생말벌에 전혀 노출하지 않고 키웠다. 그러자 기생말벌을 전혀 모르는 F1 세대가 낳은 알 중 73%가 에탄올을 포함한 음식에 알을 낳았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부모인 F0 세대가 경험한 기생말벌의 위협을 F1 세대가 물려받은 것을 의미하고 있다”며, “이 결과를 볼 때 ‘산란의 에탄올 기호성’ 이라는 후천적으로 획득된 형질이 유전된 것으로, 그 후손도 에탄올을 포함한 음식 위에 알을 낳는다”고 말했다 . 

다음의 그래프는 세대(가로축)가 에탄올을 포함한 음식에 낳은 알의 비율(세로축)를 보여준다. 파란 막대가 기생말벌을 모르는 대조군의 계통이고, 붉은 막대가 기생벌에 노출된 F0 세대 계통이다. 

▲출처: 이라이프(eLife)

대조군에서 에탄올을 포함한 음식에 알을 낳는 비율은 세대를 거듭해도 40%를 넘지 않은 반면, F0 세대의 계통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는 있지만, F4 세대까지는 대부분의 알이 에탄올을 포함한 음식에 낳았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줄리아나 보즐러(Julianna Bozler)는 “놀랍게도 유전된 에탄올 선호도는 5세대 동안 지속되어 서서히 노출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며, “이는 에탄올 선호도 상속이 영구적인 생식 세포계 변화가 아니라 오히려 가역적인 형질임을 우리에게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노랑 초파리의 산란에서 에탄올의 기호성이 증진되는 것은 파리의 뇌의 특정 영역에서 ‘신경 펩타이드 F(NPF)’라는 물질 발현이 억제되는 것을 규명했다.

게이젤 의대 분자 시스템 생물학 교수인 지오바니 보스코(Giovanni Bosco) 박사는 “보즐러 교수의 연구 결과는 노랑 초파리의 생물학과 후성 유전학뿐만 아니라 생물의 유전의 기본적인 메커니즘도 해명 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또 “특히 흥미로운 것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게 신경 펩타이드 F와 신경 펩타이드 Y(NPY) 등 신호 전달 기능이 중요하다”며, “이 실험 결과로 볼 때 마약이나 각종 약물, 알코올 의존 등을 경험한 부모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김들풀 기자 i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