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농업의 거대한 실험

- 10년간 농민 2,100만 명 참여, 토지 한반도 크기 1.5배 13,123회 ‘야외 시험’

어느 나라나 농업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먹고사는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나라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처럼 자국 농업이라는 건 없어 모든 것을 교역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땅이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나라는 어떻게든 자국에서 적어도 주식 곡물만은 자급하려고 한다. 

이는 전적으로 외부에서 조달한다는 게 얼마나 잠재적으로 불안한 요소인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주식 곡물의 외부 가격이 갑자기 급등하는데도 자신들이 어쩌지 못하고 그 변동이 고스란히 국민 지출로 연결돼 그만큼 쓸 돈이 줄어든 국민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처지에 (따라서 정부의 무능함에) 불만일지는 보지 않고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급격한 산업화 중인 중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계 제일의 인구 대국인 이 나라는 급격한 산업화의 영향으로 도시화가 전역에 걸쳐 급격히 진행돼 우리나라가 70~80년대에 겪던 사회변화를 지금 겪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와 수입을 좇아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가고, 농지는 점차 줄어드는데 먹여야 할 인구는 여전히 늘고 있다. 한정된 인력과 농지에서 농업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비료와 농약 사용이 늘고 있어 환경은 점차 파괴돼 가고 있다.

어느 나라나 이런 문제는 소위 ‘과학화’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 농업의 과학화란 과학적 지식이나 과학적 접근법을 농업에 적용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학화라는 게 나라마다 양상이 다른데,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한 품종 개량으로 생산량을 늘리려고 한다. 환경 변화에 강한 작물, 병충해에 강한 작물, 특정한 기능이 강조된 작물 등을 개발해 생산량과 수입을 함께 늘리려는 방식이다. 

사실 1970년대 녹색혁명을 통해 곡물 생산량 문제를 해결했을 때에도 방식은 똑같았다. 다만 자연 발생적으로 나타난 특정 특성의 품종끼리 몇 대에 걸쳐 서로 교잡하는 방식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 생산된 작물의 안정성 등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과 피로감이 높은 상황이라 과연 이런 방식이 언제쯤 제대로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질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게다가 선진국처럼 유전자 조작 기법을 활용해 상업화할 수 없는 개도국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유전자 조작된 작물을 일방적으로 수입해야만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상업적 유전자 조작 작물의 경우 단순히 특정 기능성만 강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통 수확한 작물을 씨알로 이용해 새로 재배하지 못하도록 함께 조작하기 때문에 일단 유전자 조작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는 순간 작물생산 농민은 그 작물의 종자를 제공하는 업체에 얽매이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그 후로 작물생산 농민은 업체에 가격과 수급 정책에 일방적으로 휘둘리게 된다. 따라서 유전자 조작 작물은 소비자뿐 아니라 생산 농민의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면에서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 출처: GENETIC LITERACY PROJECT

그런데 최근 네이처에는 중국에서 벌어진 거대한 농업 실험이 논문으로 나왔다. 앞에서 언급한 유전자 조작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의 농업 생산성 접근법을 다루고 있는 이 논문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농업의 문제뿐 아니라, 중국의 농업은 대부분 농민이 소작농이라는 문제가 있다. 다들 “조그만 땅 뙈기를 부쳐 먹는” 상태라 농업의 규모를 키워 기계화를 도입하는 식의 접근법도 펴기 어렵다. 땅도 작고 돈도 없어 중국은 농업 과정의 과학화를 통해 생산량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농업 과정의 과학화를 전국적으로 퍼뜨리기 위해 근 20년에 걸친 이 거대한 실험이 이번에 네이처에 논문으로 나온 것이다.

우선 지난 2011년에 PNAS에 발표한 논문(PNAS 108:6399-6404 (2011))에서는 쌀, 밀, 옥수수 이렇게 세 작물에 대해 각 작물에 따라 두 가지 요소를 개량적으로 파악했다. 우선 생산지역의 토질, 기후, 연평균 강수량,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 등등을 고려해 어떤 품종이 적당한지, 언제쯤 파종하면 좋은지, 작물의 파종 밀도는 얼마가 좋은지, 얼마 동안 키우면 좋은지 등을 직접 논밭에서 키우며 조사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질소 비료를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파종 후 시기별로 작물은 얼마나 질소 비료를 흡수하는지 일정한 간격으로 일정량의 비료를 준 다음 뿌리 부분 토양에 남은 비료 성분의 양을 측정해 작물은 성장 후반기에 특히 개화 이후에 상당한 질소 비료가 필요하다는 걸 파악하고 전체 작물의 생장 단계를 다섯으로 나눈 뒤 각 단계에 따라 필요한 일종의 표준 질소 비료 소요량을 환산할 수 있게 했다.

이런 과정에서 작물별로 일종의 한계 생산량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량의 질소 비료를 써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실험을 병행해 이때의 생산량을 기준값으로 이용했다. 그렇게 어느 지역에 어느 품종의 작물을 어느 시기에 얼마나 촘촘히 파종하고 질소 비료는 언제 얼마씩 주고 얼마 동안 키워 언제 수확하면 좋은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의사 결정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데 대략 5~10년 걸렸다.

이번에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은 이런 일종의 표준화된 방식을 중국 전역에 어떻게 퍼뜨리려고 노력했나에 대한 것이다. 10년이나 걸린 이 실험은 정말 대륙의 규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2005년에서 2015년까지 수행된 이 거대 농업 실험은 관련 핵심 연구자만 중국 전역에서 연인원으로 1,152명이 참여해 총 13,123회의 ‘야외 시험’을 수행했다. 여기에 참여한 농민의 수는 452개 도(본문 내용상 카운티)에서 대략 2,100만 명이었다. 여기에 동원된 누적 토지의 총면적은 3천 7백 7십만 헥타아르(37만 7천 제곱킬로미터)였다. 이는 ‘한반도’ 전체의 넓이 22만 제곱킬로미터보다 1.5배가 훨씬 넘는 중국 전역의 넓은 땅에서 일종의 임상 시험을 한 것이다. 

규모 자체가 대륙 규모인데, 한대에서 아열대 기후에 걸친 기후 지역과 메마른 지역에서부터 물이 제법 풍부한 지역까지 농업을 할 수 있다 싶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해야 할 농업 실험을 중국이 한꺼번에 대신 다 한 셈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작물 생산은 10.8-11.5%가 늘어 총생산량은 3천 3백만 톤이 됐고 같은 기간 질소 비료 사용량은 14.7-18.1%가 줄어 1백 2십만 톤을 아꼈다. 이렇게 증가한 산출량과 절약한 질소 비료를 돈으로 환산하면 122억 달러(한화 약 13조 735억)나 됐다. 그만큼 농가에는 이익이 됐다. 게다가 토양 잔류 질소의 총량도 작물 메가 그램 당 기존의 6-6.4kg에서 4.5-4.7kg으로 줄어 환경오염도 대폭 줄였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작물 메가 그램 당 기존의 옥수수 422kg, 쌀 941kg, 밀 549kg에서 각각 328kg, 812kg, 434kg으로 줄었다. 결론은 작물의 생산량도 대폭 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 출처: NATURE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얼마나 보수적인지를 생각하면 이건 정말 대단한 결과다. 농부는 키우는 작물을 잘 바꾸지 않는다. 심지어 작물을 키우는 방식도 잘 바꾸지 않는다. 농사란 게 한 해가 꼬박 걸리는 한 가정의 수입 그 자체인 데다가 작물마다 키우는 방식이 다르고, 특히 매해 같지 않은 조건에서 자칫 실수 한 번에 모든 걸 망치게 되면 한 해가 통째로 다 날아갈지도 모르는 모험을 감수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그런데 2천만 명이 넘는 농부를 일일이 설득해 참여시킬 수가 있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실제 논문에는 어떠한 과정을 걸쳐 농부들과 신뢰를 구축했는지 간략하게나마 설명이 있다. 물론 중국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특성이 있지만, 그 간략한 설명 이면에 얼마나 많은 관련 연구자들의 수고가 있었을지는 짐작하기도 어렵다. 

세상에는 과학화를 외치면서 비과학적이거나 사이비 과학적인 것들도 많은데, 이번 결과는 매우 과학적인 방법으로 가난한 주민의 삶과 그들의 환경을 함께 개선한 대단한 결과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중국의 과학자들이 정말 박수 받을만한 일을 했고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글: 정태훈 Cancer Science Institute of Singapore, NUS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