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공학·의학 아카데미, ‘GM 베이비’ 진행방향 가이드 라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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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Baby / Image; The Economist

“엄격한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에만, 과학자들의 인간배아의 변형이 허용된다” 

2017년 2월 14일 미국 과학·공학·의학 아카데미(NASEM)가 ‘GM 베이비’ 진행방향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다. 

발표한 보고서(참고)의 결론은 "유전자편집기술이 인간에게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발달하고, 적절한 규제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과학자들은 겸상적혈구빈혈증이나 낭성섬유증(cystic fibrosis)과 같은 심각한 유전질환을 없애기 위해 자궁에 착상할 예정인 인간배아를 변형할 때, 엄격한 기준에 따라 승인을 받아야 한다" 천명했다.

이번에 발표된 261쪽짜리 보고서는 2015년 전세계의 과학자, 윤리학자, 법학 전문가, 환자단체들을 초청해 열렸던 미국아카데미 정상회담(National Academies summit)의 결론을 따르고 있다. 당시 주최 측에서는 인간생식계열 편집에 대한 우려사항을 조사하기를 원했었는데(참고), 인간생식계열 편집(germline editing)이란 '자손에게 전달될 수 있는 배아나 정자나 난자의 유전적 변형'을 의미한다.

정상회담에서는 인간생식계열 편집을 둘러싼 일련의 과학적·윤리적·법적 문제들을 감안해, "임신을 목적으로 한 배아의 유전자편집은 아직 수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참고), "연구실에서 기초연구를 위해 인간배아를 변형하는 것은 용인된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번 보고서는 당시의 합의사항에 기초해, 과학자들의 향후 진행방향을 엄격히 제한하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즉, 유전자편집기술을 다른 치료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심각한 질환에 한정하고 있다. 또한 국제적 협조, 엄격한 규제 및 감시 체계, 대중이 참여한 의사결정, 유전체가 편집된 어린이에 대한 장기적인 추적(참고) 등도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당분간, 유전체편집을 인간의 능력향상, 예컨대 개인의 지능향상이나 초능력 부여 등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피할 수 없다면 적극 관리하라
이번 보고서의 공동의장인 윈스콘신-매디슨 대학교의 알타 차로 박사(윤리학)는 "과학의 눈부신 발달로 인해, 오늘날 GM 베이비(유전자변형 아기)의 탄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라며, "2016년 한해 동안, 연구자들은 CRISPR와 같은 유전체편집기술이 의도치 않은 변이(unintended mutation)를 초래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방지하는 데 나름 성과를 거뒀다. 이는 그러한 기술을 인간배아에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다"라고 말했다. 

이어 차로 박사는 "현재까지, 과학자들은 단지 가설적으로만 GM 베이비를 말해왔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자들이 인간배아를 편집하지 않을 거라고 가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분명히 말한다. 단순히 과학자들의 의무사항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이러이러한 기준을 만족해야만 인간배아의 편집을 승인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부분적으로, NASEM의 이번 보고서에서는 'GM 베이비'의 불가피성에 대해 선수를 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차로 박사는 "우리는 '의료관광이 글로벌 현실로 다가왔다'는 팩트를 잘 알고 있다. 일단 인간유전체 편집이 효과적인 것으로 증명되면, 규제가 허술하고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나라의 임상의들은 환자들의 배아를 변형하여 자궁에 착상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 뻔하다. 왜냐하면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같은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단지 금지만 해서는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길 게 아니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푸른 신호등
인간생식계열 편집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NASEM의 보고서는 한발 뒤로 물러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샬롯 로지어 연구소(워싱턴 DC 소재, 낙태반대 운동을 펼치는 비영리단체)의 데이비드 프렌티스 부소장은 "NASEM이 그런 불성실한 입장을 취하다니 실망스럽다"라며, "만약 대부분의 생식계열 편집을 금지할 윤리적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는 모든 생식계열 편집에 적용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교의 조지 처치 박사(유전학)는 '의학적 이용'과 '인간의 능력 향상' 사이에 선을 긋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예컨대 연구자들은 GRIN2B라는 유전자가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관련된 많은 유전자들 중 하나임을 입증했다(참고). 그러나 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GRIN2B 단백질의 양을 증가시키는 변이는 인지능력 향상과도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참고). 처치 박사는  "따라서 자폐증을 예방하기 위해 GRIN2B를 변형시킨다면, 일반인들보다 능력이 우수한 사람이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처치 박사는 NASEM의 권고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일반적인 신약승인 경로를 따르고 있다. 즉, 비의학적 용도로 사용되기 전에, 설득력 있는 의학적 사례를 통해 치료법을 테스트하고 완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처치 박사는 학술단체를 비롯하여 많은 기관들이 GM 베이비라는 이슈를 다루고 있어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간배아편집의 안전성과 효능이 증명되기 전에, 지금 당장 모두가 나서서 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일단 안전성과 효능이 증명되는 순간, 아무도 그것을 막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nature 

위 글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등재된 양병찬 번역가의 글을 옮겨 싣는다. 양병찬 약사/과학 전문 번역가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을 공부했다. 현재 약국을 운영하며 의학, 약학, 생명과학 분야 등 과학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매주 포스텍(POSTECH)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 엄선해 번역 소개한다. 최근 번역 출간한 책 '자연의 발명'(2016.7.11.)을 비롯해 ‘나만의 유전자’, ‘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매혹하는 식물의 뇌’, ‘곤충 연대기’,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 남는다’, '센스 앤 넌센스', ‘비처방약품치료학’, ‘커뮤너티파마시’, ‘리더에게 결정은 운명이다’, ‘잇 앤 런’, ‘아트 오브 메이킹 머니’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김들풀 기자  itnews@it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