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차 산업혁명 물결속의 대한민국을 진단한다

-대한민국은 다양성을 기초로 한 토론문화로 디지털 주권 확보해야

편집자 주: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를 송두리째 바꿀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기업들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새로운 경쟁력을 제고 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 기술은 관련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국가의 장벽을 넘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그 진원지인 독일에서 생생하게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책을 펴낸 <4차 산업혁명, 새로운 미래의 물결>의 저자 김인숙 박사(KDI 연구원)와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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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숙 박사

▶ 4차 산업을 재즈 음악과 비유를 했다.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의미로 해석 되는데 독일에서 몇 가지 사례를 든다면?

독일은 제4차 산업혁명을 재즈 음악으로 비유한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장과 관객의 요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제3차 산업혁명을 클래식 음악으로 비유한다. 자동화, 로봇, 소프트웨어의 사용으로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넷이 공장에 투입된 점이다. 이는 곧 고객수요에 맞춘 제조공정을 실시간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뜻한다. 

독일에서 정의한 제4차 산업혁명은 세 가지 요소로 압축된다. △ 첫째, 고객 맞춤형 생산을 제조공정에서 실현함이다. △ 둘째, 사이버물리시스템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유연하게 고객수요에 대응함이다. △ 셋째, 결국 이러한 유연함이 바로 수익을 창출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사업모델임을 뜻한다. 고객 맞춤형으로 공장에서 생산하고, 이를 빠른 시간에 시장에 출시할 수 있으며 동시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KL)는 다양한 업종들이 모인 단체이다. 이 단체의 목적은 기계설비, 전기전자, 정보통신 업체 등이 모여서 공동생산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이다. 갑자기 새로운 시장수요가 생겼을 때, 서로 다른 사업장이 함께 모듈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이다. 즉, plug and produce로 플러그를 꽂으면 바로 생산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을 구현한다. 시장에서 소비자의 욕구가 변화할 때 이에 따른 유연한 생산방식으로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바로 이 독일 스마트팩토리에서 함께 만든 제품은 차별화된 개인용 명함케이스였다. 1년 동안 30여개 기업과 인증 혹은 표준 기관이 함께 작업한 결과이다. 고객이 원하는 색상과 고객정보를 담은 명함케이스를 그 자리에서 제작하고, 작업과정에서 고객의 의견이 바뀌면 이를 다시 반영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이다. 제조공정의 유연함은 하나의 기업 혹은 하나의 사업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의 경계를 넘어서 서로 다른 업종에 속하는 사업장들이 공동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 안에서 실시간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것들을 파악하여 생산하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독일의 유연한 대응사례는 정책과 제도의 진화이다. 독일은 결코 제4차 산업혁명 혹은 디지털 전환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이다. 따라서 사업모델이 가능한 부분을 먼저 정하고 그에 따른 경제성을 검토해서 디지털 전환의 속도와 범위를 결정한다. 대량생산과 주문생산의 비율, 로봇 조교의 투입시기와 투입비율, 사이버물리시스템의 적용시기, 센서부착과 IP주소 부여 등에 관한 의사결정은 모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고려하면서 이루어진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정책플랫폼에서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독일 중소기업 중심의 업종별 협회인 기계설비협회(VDMA), 전기전자협회(ZVEI), 정보통신협회(BITKOM)은 제4차 산업혁명을 함께 준비하였다. 급변하는 시장여건에서는 어떤 업종 혹은 어떤 중소기업 혼자서 전략을 수립할 수가 없다. 어디에 무엇을 투자해야 해야 할 지를 그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은 업종별 협회를 중심으로 가장 먼저 ‘제4차 산업혁명 플랫폼(Plattform Industrie 4.0)’을 구축하였다. 개방형 의사소통 플랫폼에서 보안, 표준, 연구라는 주제별 워킹그룹을 중심으로 제4차 산업혁명을 설계하였다. 산업계 중심의 플랫폼에서 벗어나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로 플랫폼은 진화한다. 

이어서 독일 산업계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한다. 중소기업이 제4차 산업혁명을 실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시뮬레이션, 공동생산 모형, 테스트 베드 등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테스트 베드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그 안에서 파트너를 만나고, 스타트업을 만나며, 서로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시험작업과 실험을 함께 하면서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시간과 판단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고객수요는 맞춤형, 빠른 속도, 합리적인 가격을 원한다. 이에 고령화, 기후변화, 자원에너지 보호 등의 국제적인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복합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는 도전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유연한 적응능력이다. 빠른 기술변화 속도에 어울리는 시스템과 제도 및 정책의 유연성이 더욱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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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4차 산업혁명에서 ‘스마트 서비스 세상’과 ‘디지털 주권’의 연결을 얘기했다. 디지털 주권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 달라.

1980년대 미국에서 논의되었던 사이버물리시스템(CPS, Cyber Physical System)은 독일 국민경제에서 커다란 도전과제였다. 소프트웨어 시장뿐 아니라 제조업에서까지 독일은 미국의 하청업체가 될 것이라는 엄청난 두려움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에 독일은 자국의 강점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혁명을 연결하기 시작하였다. 그 시도를 과감하게 ‘제4차 산업혁명(Industrie 4.0)’이라고 불렀다. 그동안 산업혁명은 제조업에서 출발하여 경제사회문화가 큰 흐름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즉, 새로운 기술 즉, 증기기관, 전기, 자동차, 산업로봇, 자동화 시스템 등은 그에 따른 경제활동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은 거꾸로 소비문화에서 출발하여, 그 디지털혁명이 공장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이 새로운 산업혁명은 이제 시작인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 즉, 공급측면을 우선시하였다. 분산화된 의사결정에서 주문생산이 가능하며, 디지털아바타로 시뮬레이션하는 스마트팩토리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변화는 고객에게서 나온다. 고객이 원하는 스마트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것이다. 미래의 수요는 스마트한 건강생활, 스마트한 에너지·자원시스템, 스마트한 교통, 스마트한 작업공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에 독일은 제4차 산업혁명에 이어서 곧바로 스마트서비스세상을 위한 프로젝트 지원을 시작한다. 결국은 지금까지 유지해온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과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즉 고객이 원하는 스마트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이는 업종과 기업 그리고 기술이 조합해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독일 정보통신협회(BITKOM)은 ‘디지털주권(2015)’이라는 보고서를 출간하였다. 이는 디지털시대의 주권이라는 개념이다. 독일이 미국에게 느끼는 주권상실 혹은 하청업체에서 벗어나려는 인식이다. 주권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소비자주권과 같은 개념이다. 어떠한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 혹은 결정할 수 있는 소비자의 절대적인 주권이다. 디지털시대에서 주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파트너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누구와 협력하고 누구와 데이터를 공유할 것인지를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이다. 특히 개인정보와 생산설비에 대한 데이터공유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동시에 그 신뢰는 협상할 수 있는 능력에 의존한다. 상대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 혹은 상대에게 필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 주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된 법률적인 보호 역시 디지털주권으로 주장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어쩌면 플랫폼시대에서 이미 디지털주권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을 추월하기는 현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몇 가지의 강점을 가지고, 최소한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주권은 마치 하나의 국가차원에서 주장하는 국수적인 개념으로 보인다. 디지털시대, 글로벌 시대에서 더구나 제4차 산업혁명에서 기업, 업종, 국가 차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디지털주권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제4차 산업혁명은 산업현장, 교육현장, 근로현장, 문화 및 역사 전체에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다. 디지털주권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는 로봇과의 협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로봇을 똘똘한 조교로 사용할 것이냐 혹은 로봇이라는 새로운 생산수단을 가진 경쟁국가에 밀릴 것이냐의 싸움이다. 새로운 혁신은 사람들의 소통에서 나온다. 사람을 주인으로 생각하는 것, 주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제4차 산업혁명을 설계한다는 생각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미래는 우리가 설계한다. 더 이상 운명도 아니다. 누가 설계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가진 장점,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주권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아야 한다. 세계는 거대한 협력 혹은 생태계로 움직일 것이다. 각자의 모듈이 서로 엮여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어느 부가가치네트워크에 서있을 것인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독일은 디지털시대에서 미국의 힘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리고 두려워한다. 어떤 강점을 가지지 못하면, 곧바로 주권을 상실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스마트서비스세상에서 디지털주권을 행사하는 일 그리고 그에 대비하는 일이다. 물론  큰 도전과제이다. 그리고 더 이상 기계적인 세계관은 유효하지 않다. 정치는 생물이다. 물론 경제도 생물이다. 사람도 생물이다. 이 안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디지털주권을 행사하는 국가는 곧 글로벌경쟁력을 선도하는 국가이다. 어느 분야에서 디지털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지는가? 무엇부터 확보해야 하는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가? 

디지털주권은 디지털시대에서 개인, 기업, 단체, 협회, 기관, 기구, 국가 차원에서 고유한 자기영역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 강점으로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것이며, 그 강점이 자신의 지속적인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 개방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정의는 무엇인가? 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개방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오픈 소스(Open Source)방식이다. 개방된 플랫폼에 제공된 소프트웨어를 함께 공유하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 이용서비스를 판매하는 수익모델이다. 이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과 같은 맥락이다. 첨단기술,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서비스는 거의 무한대로 공급되고 있다. 핵심은 시장수요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 시장수요는 어디에 더 높은 부가가치를 부여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초기 제품과 스마트서비스 설계단계에서부터 소비자와 고객의 욕구를 반영해야 하는 이유이다. 제품개발과 시장판매 및 수익창출에서 일어나는 혁신활동이 시장과 고객과의 개방된 소통에서 일어난다. 소비자 의견이 초기에 반영되는 제품과 서비스 설계, 지속적으로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조공정, 대여서비스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소비단계에서 개방형 혁신이 일어난다. 폐쇄적으로 공급자 중심 혹은 개발자 중심의 제품개발에서 벗어나 이제는 소비자와 공급자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는 개방형 혁신의 시대인 것이다.  

개방된 소프트웨어 플랫폼, 오픈 소스, 개방형 혁신은 바로 플랫폼 경제를 표현하는 핵심어다. 여기서 플랫폼(platform)은 개방된 형태에서 참여자들의 상호활동이 일어나는 만남의 공간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만나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이다. 마치 고속도로 혹은 광대역과 같은 인프라로써  디지털사회의 중요한 사회네트워크인 것이다. 플랫폼 사업의 대표적인 모델로 Uber, Airb&b, Facebook, YouTube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Uber 사업모델은 차량 이용서비스를 수요하고 공급하는 사람들을 연결한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시장가격이 변화하는 사업모델이다. 특정시간에 수요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을 경우 이용서비스 가격을 조정해서 새로운 공급을 창출한다. YouTube 역시 대표적인 플랫폼 사업이다. 동영상을 제작하고, 올리고, 시청하고, 평가하고 추천하는 작업들이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디지털혁명, 음원 및 미디어시장에서 제조업까지 확산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이를 뒷받침하는 개방형 혁신은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의 사회문화적인 혁명적인 모습이다. 모든 업종과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는 플랫폼경제는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미래가 아닌 현재에서 이미 보여주는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먼저 이러한 상황변화를 인식해야 한다. 바로 코앞에서 벌어지는 플랫폼경제의 진행속도를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페이스북, 유튜브, 카카오택시, 직방, 구글검색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 그 신속함과 시장변화에 감탄한다. 그 변화가 내가 일하는 직장, 내 업무, 내 생활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인식하는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첨단서비스에 아주 빠르게 적응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을 개방적으로 수용하는 일에는 매우 느리다. 나 스스로는 개방적이지 못한 것이다. 완벽해야 하고, 비판이 두렵고, 좀 더 갖추어진 다음에 이야기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갔다. 나 혼자가 아닌 모듈방식으로 협력하는 체험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세 사람이 모여서 스타트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플랫폼경제시대이다. 누가 나의 경쟁자이고, 누구를 상대로 싸워야 할지를 알기 어려운 시대이다. 아이디어를 구상할 즈음에 이미 서비스는 시장에서 제공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엄청난 정보와 오픈소스가 제공된다.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가르치며 혹은 배우는 사람이다. 스승과 제자의 구분도 없어진다. 각자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최초에 누구의 생각이었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진화되었는지를 추적하기도 어렵고 그 시간도 없다. 이미 시장은 벌써 변화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파이프라인 경제시대가 아니다. 하나의 파이프라인에서 소재, 부품, 조립, 물류, 유통, 소비, 재활용이라는 전 과정의 가치사슬을 관리하고 통제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자사의 협력사라는 구분도 없어지고, 기업과 업종의 경계도 중요하지 않다. 사업모델에 따라서 임의적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파트너인 것이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역시 특정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1인 기업으로 플랫폼에서 과제를 수주할 것이다. 마치 Uber에서 혹은 Airb&b에서 고객과 만나듯이 나의 일거리도 그렇게 만들어질 것이다. 

‘플랫폼경제’라는 새로운 소용돌이 환경을 받아들여야 한다. 개인, 기업, 단체, 기구, 정부 모두에게 해당된다. 그 안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곧 글로벌 경쟁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픈소스와 개방형 혁신이 각자의 여건에서 가지는 의미와 자신이 속한 플랫폼을 알고 그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그 안에서 어떠한 위치로 어떠한 강점으로 살아남아야 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 문제를 제기하겠다. 책에서 혁명은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술은 이미 존재하고 있어서 연결을 강조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원천 기술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제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새로운 첨단기술은 없다. 다만 기존의 기술 즉, 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동화, 로봇, 소프트웨어 기술이 엮어져서 수익모델을 만들어낸다. 기술개발 및 연구는 두 가지로 접근해야 한다. 원천기술과 상용화기술을 구분하는 일이다. 제4차 산업혁명에서 우선 필요한 기술은 상용화 부문이다. 기술개발의 유통기한이 무척 짧아졌다. 개발되는 시기 혹은 이제 상용화되는 시기에 벌써 새로운 기술이 시장을 장악한다. 우리는 이에 적응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상용화기술에 국한해서 말하고자 한다. 하지만 어느 특정기술 혹은 어느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이제 폐기되어야 한다. 상용화기술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는 일이다. 곧 고객이 원하는 기술인지, 고객이 원하는 스마트한 서비스에 필요한 기술인지를 선택하는 일이다. 새로운 수익이 창출될 수 있는 사업을 찾고, 그에 필요한 상용화기술을 엮어내야 한다. 기계설비, 전기전자, 정보통신, 자동차, 화학, 농업, 물류유통이 모두 섞어지는 구조이다. 마치 레고모형처럼 독립된 하나의 모듈이 다양한 방식으로 엮여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상용화기술에서 발명특허 혹은 시범사업 중심의 지원정책을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시장에서 안착되고, 이를 다른 기술과 엮어서 사업모델을 모색하는 과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허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업모델, 혁신, 산업서비스, 시장 선도력 획득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는 서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주도형에서 산업계주도형 정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결국 시장에서 자기책임을 지는 경제주체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소비자주권 혹은 기업가정신이 보장된 환경에서 개방형 혹은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제기되는 원천기술의 부족에 대한 문제점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혹은 별도의 다른 호흡으로 지원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지 원천기술을 공학적 혹은 자연과학적인 기술에 국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는 플랫폼경제에서 요구하는 원천기술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때이다. 원천기술 역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서 그 중요성을 가진다. 상대적인 것이다. 동시에 선택과 집중이며 우선순위의 문제이다. 여기서 강조하려는 것은 그 원천기술을 누가 결정하며, 어떻게 결정하느냐의 문제이다. 이제는 원천기술 지원정책 역시 플랫폼경제에 맞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누가 그리고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결국 시스템과 솔루션에서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어떻게 해야 그들을 뛰어 넘을 수 있나?

제4차 산업혁명 혹은 플랫폼경제에서 이미 주도권을 확보한 미국과 독일을 따라가야 하는가? 그들의 시스템과 솔루션을 따라가야 하는가? 혹은 뛰어넘어야 하는가? 우선 이 흐름은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사업모델은 달라야 한다. 동일한 시스템과 솔루션으로는 하청업체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것마저도 유지하기 어렵다. 인구가 많은 그리고 저임금이 가능한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치고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의 방식인 추격자 전략으로는 어차피 더 이상 생존력을 가지지 못한다. 다만, 아직 희망은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기한은 최대 2-3년이다. 아주 빠른 속도로 플랫폼시장이 선점되고 있다.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우리의 강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제조업의 비중이 아직은 높은 점, 디지털인프라가 구축된 점, 전 시민이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 다음 중요한 점은 플랫폼경제에 적합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바로 회오리방식이다. 출발점에서 회오리처럼 치솟고 올라가는 것이다. 그 출발점을 누가 그리고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 것이냐?  

그 해답은 시스템, 솔루션, 제도, 정책, 플랫폼, 개방형 혁신, 오프소스에 있다. 단순하게 첨단기술에 열광하고, 선진국의 사업모델에 주목하는 일은 이미 한 발 늦은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결정하겠다는 각오가 중요하다. 선진국 도움이나 그들에게 덕을 보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일이다. 시행착오하면서 배우겠다는 각오, 그리고 함께 시도하겠다는 마음, 내 손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 경제정책의 품격이 중요하다.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경제정책이 회오리바람의 속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정책의 싸움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기술, 자본, 인력은 어쩌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산요소들이다. 한 국가의 경제정책이 가진 상대적인 경쟁력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그 중요성을 정부도 민간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경제정책은 파이프라인 경제시대에 맞추어져 있다. 마치 선물세트처럼 같은 세트형 정책을 어느 곳에서나 비슷하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 플랫폼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대기업의 힘에 눌리지 않을 창업환경, 기술개발 특허를 보호할 수 있는 환경, 데이터 보안과 근로자의 안전한 작업환경이 보장되는 여건이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 대한민국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교육이 중요한데 독일에서 교육 중 우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독일은 제4차 산업혁명 플랫폼에 직업교육 워킹그룹을 운영하였다. 미래의 직업 세상에 대한 밑그림을 플랫폼에서 관련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그린 것이다. 로봇조교와 함께 일하는 근로자,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근로자, 플랫폼에서 일하는 1인 기업, 개방형 혁신에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독립된 업무 등으로 새로운 직업세상이 펼쳐진다.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  

독일의 직업교육 역시 변화한다. 도제교육을 받았던 제빵, 미용, 수공업 시장이 무너졌다. 온라인 홍보, 프랜차이즈 기업, 외국인 근로자 유입으로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된 것이다. 또한 어느 하나의 직업교육이 더 이상 평생 직업을 보장할 수 없음을 인식한다. 그래서 직업학교, 전문학교, 대학교, 산업계 협회, 단체, 지방정부가 함께 직업교육에 참여한다. 서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특정 과제를 수행하면서 서로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도록 한다. 

우리나라 역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수많은 프로젝트가 있다. 아쉬운 점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프로젝트들을 연결할 플랫폼이 없다는 점이다. 서로가 씨줄과 날줄로 엮이고, 공개되어 쉽게 자신의 파트너를 찾을 수는 공간이 부족한 것이다. 단지 각자 주어진 세부과제를 이행하고 있을 뿐이다. 그 구슬을 엮어서 목걸이로 만들고 팔찌로 만드는 작업이 부족한 것이다. 

독일에서 일반 시민들이 열광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지식을 배틀하고, 청중이 평가하는 지식경연(Science Slam)이라는 형식이다. TED와 세바시는 15분이라는 주어진 시간에 전문가의 강연이 펼쳐진다. 지식경연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가진 지식을 10분 동안 발표하고, 다른 참가자와 경연하며, 청중평가로 1등을 결정한다. 공과대학에서도 정보통신학과, 기계학과, 전기전자학과 학생들이 각자의 전공주제를 설명한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의 자연계열 학생들과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모여서 각자의 지식을 경연한다. 청중들이 평가하기에 아주 쉽고도 재미있게 설명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과 플랫폼경제 시대에는 각자가 전문가이다. 어느 특정 소수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시대는 지나갔다. 집단지성을 넘어서서 대중의 지혜가 모여서 개방형 혁신이 일어난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이 가진 지식을 공유할 방식과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새로운 대학교육과 고등교육 그리고 직업교육의 청사진을 마련한다. 그 방식은 예전과 비슷하다. 새로운 포맷이 필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이다.

▶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의사소통 플랫폼’이었다. 기업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의사소통 플랫폼’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세계경제는 넓게는 기후변화협약, 고령화, 재정 및 금융위기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과 플랫폼경제라는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하였다. 이 과제를 어느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느냐 즉 문제해결능력에 따라서 미래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가질 것이다. 미국은 디지털혁명에서 성공하였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시장을 선점하였다. 이를 제조업과 연결하고자 한다. 대기업 GE를 중심으로 IIC(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을 만든다. 이에 비해서 독일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 뒤쳐졌다. 제조업은 강하다. 독일은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플랫폼을 만든다. 관련된 수많은 중소기업, 현장전문가, 협회 및 단체들이 모여서 밑그림을 함께 그리는 방식을 취한다.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제4차 산업혁명을 시작할 것인가? 미국방식인 대기업 위주 컨소시움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독일방식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논의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것인가? 이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진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시간이 없다. 어느 한 쪽만을 고집하는 일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가장 큰 강점은 문제해결능력이다. 기후변화, 고령화, 에너지 및 자원위기, 난민, 통일, 테러 등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때 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에서 배출권 거래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최소 20-30여명 규모로 모인다. 서로에게 가장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고 합의한다. 산업계 본인들이 도달할 수 있는 기술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즉, 기술성, 경제성, 환경성, 사회성을 모두 고려한 해결방안이다. 이로써 독일은 국제적인 협약준수와 시장선점이라는 모두 달성하게 된다.       

그 비법은 바로 역동적인 거버넌스 의사결정 방식이다. 의사소통 혹은 정책을 논의하는 플랫폼은 제4차 산업혁명을 회오리바람으로 만드는 핵심고리다. 무엇이 강점이고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되는가라는 논의에서 그 어느 누구고 해답을 제시할 수 없다. 매우 복합적이며,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의사소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규칙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 방송미디어에서 벤치마킹 할 수 있다. 이미 오디션, 배틀, 청중평가와 같은 시장메커니즘을 도입한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즉 수요자가 주권을 행사하는 이치이다.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듀엣가요제, K-pop스타, 나는 가수다, 등의 프로그램이다. 의사소통 플랫폼에서도 우선 수요자가 참석해야 한다. 그들이 의제를 제안하고, 논의하고 합의하는 개방형 혁신이 정책과 제도에서도 실현되는 것이다.  

▶ 대한민국 경제 발전 위한 독일과 한국을 비교한 대목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제4차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플랫폼경제는 이제 제조업까지 깊숙하게 들어왔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업종별 분류도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디지털시대에서 빠른 시장변화는 역동적인 대응을 요구한다. 이제 1차 농업, 2차 제조업, 3차 서비스업이라는 산업분류도 큰 의미가 없다. 

무엇이 스마트한 서비스이고, 누가 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그 것도 개인 맞춤형으로, 빠른 시간에 동시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이는 곧 생태계 경쟁력을 뜻한다. 빠르게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와 임의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개인, 기업, 단체, 협회, 정부 각자의 능력을 중심으로 개방형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가져야 한다. 바로 건강한 생태계를 가진 공동체이다. 

생태계는 본래 다양성에 기초한다. 서로 다른 식물과 동물이 모여서 생태계를 구성한다. 물론 바람, 햇빛, 토지, 산맥의 자연환경도 이에 포함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강점을 찾아서 함께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 환경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은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는 요소를 찾았다. 공동체 혹은 제도(Institution)의 견고함은 바로 규칙을 정하는 방식에 있다고 한다. 민족, 문화, 지식, 성별, 지역 차이가 중요하기 보다는 공동체의 규칙을 정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훌륭한 토론문화가 없다는 것으로 많은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다. 독일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어렵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규칙이고 그 규칙을 정하는 방식이다. 이제는 성공사례를 찾아야 한다. 플랫폼에서 정책을 결정해보는 체험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여러 사람이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공개하며,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을 겪어보는 것이다. 제주도 해녀공동체와 같은 성공사례를 제4차 산업혁명 플랫폼에서 체험하는 일이다.    

[김들풀 기자  itnews@itnews.or.kr]